발레리나 작품 이후 이충현 감독에 대해 궁금해지면서, 뒤늦게 티빙 시리즈 '몸값'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충현 감독의 작품은 이 시리즈의 원작인 14분짜리 단편영화 '몸값'이에요. 이 감독은 ’몸값‘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고, 전종서 배우와 연애 중인 것으로도 유명하죠. 원작 단편영화를 먼저 보고싶었지만 슬프게도 왓챠에 가입되어있지 않아 못 봤고, 대신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해 만들었다는 티빙 시리즈 '몸값'을 보게 되었어요.
웹드라마 '몸값'(2022) 기본 정보
오픈일: 2022. 10. 28.
국가: 한국
감독: 전우성
주연배우: 전종서, 진선규, 장률
등급: 19세 이상
장르: 스릴러, 재난, 범죄
러닝타임: 215분 45초(총 6부작)
채널: 티빙
몸값’의 설정과 소재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주연배우 3명의 미친 연기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서 6편을 한 자리에서 다 보고 말았습니다. 새벽 두 시까지.
원작의 뒷 이야기로 만들어진 웹드라마 '몸값'
1화는 원작과 대사까지도 거의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원작에 나오는 배우의 이름이 시리즈의 배역 이름으로 사용되었다는 점도 재미있는 요소였어요.
원조교제를 하려고 가평의 한 모텔 방에서 만난 고등학생 주영(전종서)과 형수(진선규). 형수는 미성년자의 첫경험을 사기 위해 시골 모텔까지 백만 원을 들고 왔지만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주영에게 속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가격을 계속 깎아요. 결국 형수가 원하는 대로 흥정이 끝나고 형수가 씻으러 들어간 이후 그 방은 형수의 몸값을 흥정하는 경매장이 되죠. 단 몇 분만에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죠. 빨간 팬티 바람의 형수가 침대에 매달려 전시되어 있고, 각종 장기를 입찰받으러 온 손님들에게 경매사 주영이 야무지게 물건(형수)에 대해 설명해요.
아버지 신장 이식이 합법적으로는 도저히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경매에 참여한 극렬(장률)은 형수의 신장을 간절하게 원합니다. 열띤 경쟁 끝에 효자 극렬이 형수의 신장을 낙찰받지만 지진으로 갑자기 건물이 무너져 버려요. 아수라판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는 경매보다 살아서 건물을 빠져나오는게 서로에게 우선일 텐데, 그 와중에 보스를 죽이고 돈을 챙기기 위해 싸웁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의 몸값을 흥정하던 형수와 주영은 살기 위해 서로 도와주기로 해요. 물론 돈이 어디 있는지 아니 나눠갖자면서 주영이 형수에게 제안하죠. 그 와중에 극렬은 형수에게 유난히 친절해요. 극렬은 자신이 낙찰받은 신장을 지키기 위해 형수를 구해주는 건데 그것도 모르는 형수가 극렬을 아주 고마워하는 장면이 참 웃기더라고요.
칸에서 각본상 받은 K-디스토피아물
이 작품은 지난해 제6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국내 콘텐츠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현대사회의 자본주의를 파격적인 설정과 독창적인 소재로 흥미롭게 다루면서도 여기에 배우들의 미친 연기가 몰입도를 높여줍니다. 재난이라는 심각한 상황 속 신체를 경매한다는 다소 충격적이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상황을 유머있게 보여주기도 해요. 진선규 배우의 연기가 특히 좋았는데, 초반의 원조교제하러 온 아저씨의 모습부터 후반부 재난의 상황 속에서 보이는 모습까지 아주 치사하고 가벼운 사람으로 캐릭터를 잘 살린 것 같아요. 작품 속 상황에서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간사함과 같은 감정도 잘 나타내고 있어요. 그리고 극렬은 저 정도면 죽었겠다 싶은데 끈질기게 살아남아요. 계속해서 형수에게 "책임지세요" 라고 외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광기어린 연기를 합니다.
이 시리즈는 극한 상황을 맞닥드린 인간들의 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진 때문에 건물 안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그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같은 목표가 있을 텐데도, 그 와중에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고 싸우고 죽입니다. 다 같이 마음을 모으면 평화롭게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인간은 그럴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숨겨진 사장의 돈을 찾기 위해 주영과 형수, 희숙 등등 인물들의 탐욕스러운 전쟁이 계속되지요. 감독은 이 시리즈가 공개되었을 때 한국사람들이 실제로 작품 속 인물들처럼 돈에 집착하는지 한국사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감독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의 몸에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악독한 자본주의'라고 하며, 지진을 통해 이런 악독한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던데, 관객들에게도 이런 기획의도가 잘 전달되어 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어요.
앉은 자리에서 전 편을 다 본 이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시리즈입니다. 원작이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지만 시리즈를 다 보고나니 원작은 굳이 찾아볼 필요성은 못 느낍니다. 이 작품처럼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체제나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하는 작품이나 또 찾아보려고 합니다.